의왕시의회 의원 박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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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응대 공무원 보호 조례, 제정 과정과 후기

박현호의원 2024. 4. 8. 18:21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보통 특이 민원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유명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 행안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려도, 법령을 강화시켜도, 현실은 그대로이다. 블라인드 등 인터넷에서 응 누칼협? 응 꼬이직? 과 같은 비아냥만 듣고 혼자 속 썩이는 현실이 반복될 뿐이다.

나는 지방의회 의원이다. 내가 이 문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조례 제정. 조례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직 공무원 지인들(대개 8-9급)들에게 현실을 물어봤다. 발령 첫날 아무것도 모르는데 민원대에 앉아 시달리다가 집가서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

전국에서 가장 심한 악성민원들을 모아 상대하는 곳,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에도 조언을 구했다. 과연 조례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국민권익위 담당자는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조언을 해줬다.

2022년 9월 「의왕시 민원업무 담당공무원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 를 제정했다.

하지만 이 조례가 제정되어도 크게 도움은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 설령 민원업무 환경이 바로 확 바뀌진 않는다 하더라도, 있어야하는 조례라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제안설명도 이렇게 시작했다.

. 본 조례의 제정 이유는 민원업무 담당공무원에 대한 보호조치가 강화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022년 7월 12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민원처리 담당자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례가 하나 바뀐다고 여러분들의 생활이 바뀌고 여러분들의 권익이 갑자기 향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의회의 노력이고 조례를 통하여 여러분들의 생활을 바꾸고 동네를 바꾸는 것이 저희의 책무입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나, 김포시에서 공무원 한 분이 악성민원으로 인해 돌아가셨다. 그 밖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죽음과, “개인 사정”으로 퇴직하였다고만 남아있는 수많은 의원면직자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조례에 특이민원 실태를 조사하고, 특이민원이 발생하면 즉시 누구나 보고하여야한다고 명시하였다.

제6조(보호조치) ① 각 부서의 장은 특이민원 발생 시 지체 없이 시장에게 보고하고, 해당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해야 한다.
② 민원 처리 담당자는 특이 민원이 발생하였거나 이를 목격한 경우 즉시 각 부서의 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③ 특이 민원을 보고받은 시장은 수사기관에 이를 고발할 수 있다.



2023년 보고된 특이민원은 단 한 건. 당연하게도 말이 안 되는 결과.

악성민원을 겪어도 이를 보고하기도 어려운 문화는 여전했다.

내가 하위직 공무원이라도, 악성민원을 당해서 보고했다가 “쟤는 왜저래? 너만 그런거 당하냐?” 하고 찍힐까봐 못할 것 같다. 지금의 조직문화에서는.

결국 관리자들이 보고를 독려하고, 악성민원은 당연히 보고해야하며, 조직이 이를 지켜주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일단은 의왕시부터.



참고자료


국민권익위 특별민원 대응 매뉴얼
- 모든 악성민원(여기서는 특별민원)중 가장 심각한 악성민원이 모이는 국민권익위, 그들의 경험을 정말 솔직하게 녹여 만든 매뉴얼이다.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방안만 제시하는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이 아닌, 정말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솔직히 전달하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
- 악성민원 응대의 기본이 되는 행안부의 지침. 하지만 이 매뉴얼대로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모의 대응 훈련때밖에 없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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